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생기행 후기 – 1편]
민생기행 – 런던편
– 이혁 회원
1. 첫날, 정신없이 런던정경대 방문
민생기행을 떠나는 날, 저는 후발대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14시간을 날아 런던에 도착했는데 배터리가 없어 공항에서 홀로 충전하였을 때는 정말 난감했습니다. 정신없이 런던정경대로 합류하니 민생위원들께서 Anne Power 교수님과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교수님은 젊었을 때부터 해 오신 약자들을 위한 사회운동의 경험을 저희에게 공유해 주셨고, 민생기행 첫날은 그렇게 조금 어색하게 시작됐습니다.

저녁에는 기행단이 식사를 준비하여 런던대학교 도시계획과 손정원 교수님과 만찬을 진행하였습니다. 앞으로의 민생기행 일정을 점검하였고, 열심히 배우고 가자는 의지를 다지는 단합의 밤이었습니다.
2. 둘째 날, 런던이 진행하는 금융 불평등 해소 실험
둘째 날 저희는 ‘StepChange Debt Charity’와 ‘Fair4all Finance’를 방문하였습니다. ‘StepChange’는 영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채무 자문 자선 단체입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파산이나 회생이 아닌 채무조정을 통한 워크아웃을 돕는 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건전한 채무조정의 대가로 기업으로부터 일부 수수료를 지급받으면서 채무자들에게 변제 계획을 제공하는 식으로 채무자들을 돕습니다. 불법 추심이나 불법 사채를 이용하는 채무자들이 입는 피해를 완화해 주고 그 비용은 기업에서 충당하는 형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도 여전히 불법 고리대금 사채와 불법 추심이 많은 것을 생각해 보면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채무 조정 기구를 신설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Fair4all Finance’는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영국 전체의 금융 시스템이 취약 계층에게 더 공정하고 접근성 있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비영리 투자 및 개발 조직입니다. 최근 위 기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소규모 무이자 대출이 있습니다. 약 100만 원 가량의 소액을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되 이자를 받지 않는 금융지원 프로그램입니다. 위 프로그램은 휴면 계좌에 묶여있는 돈 일부를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신용이 낮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취약 계층에게 금융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금융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취지입니다. 한국에서도 역시 이와 같은 실험적 프로그램을 진행한 사례가 있습니다. 취약 계층의 경우 금융권에 접근이 어렵고 불법 대출로 빠지기 쉽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한국도 이러한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3.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영국의 사회주택도 방문하고 싶었으나 아쉽게 금융 관련 기구만 접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영국이 서민 금융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는 꽤나 배울 점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민생위 금융부동산팀은 불법 고리대금 사채에 대하여, 이자제한법을 초과하는 이율 뿐만 아니라 그 원금도 103조 위반으로 무효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재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사건 중에 고리대금 업체의 횡포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채무부존재확인소송 내지는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진행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저소득 계층이 당장 필요한 돈이 부족하여 불법 사채에 손을 대는 일은 여전히 우리 주위에 남아있습니다. 불법 사채에 손을 대면 끝없이 불어나는 이자로 인해 결국 노동력까지 상실하고 삶을 포기하게 되는 분들이 생깁니다. 사회 전체로 보았을 때 이러한 불법 금융으로 인한 손실률을 다시 계산해보고 이런 사람들이 파산하지 않고 계속해서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경우 채무조정은 기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고, 불법 사채는 개인이 변호사를 통해 해결하거나, 일부 시민단체의 지원을 받아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세계 경제의 흐름이 좋지 않고, 한국의 경제성장이 급격히 둔화됨에 따라 서민들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한번 한국의 서민 금융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정비하고, 불법적인 고리대금업을 근절하여 어려운 시기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생기행은 금융과 부동산 전반에 걸쳐서 유럽의 단체와 실무 현장을 돌아보는 경험이었습니다. 한국도 그동안 많이 발전해왔지만, 민주주의 역사가 짧아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많은 것들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사회주택에 관하여 다른 변호사님들께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것 같습니다. 많은 변호사님들께서 민생 문제에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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