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단체][공동성명] 대전시교육청은 필수공익사업 지정 시도를 중단하고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헌법상 단체행동권 행사를 보장하라.

2025-04-29 38

 

 

[공동성명]

대전시교육청은 필수공익사업 지정 시도를 중단하고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헌법상 단체행동권 행사를 보장하라.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16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 소속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준법투쟁 등 쟁의행위를 진행하고 있는 데 대해, “학교 급식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급식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학생의 건강권과 학습권을 침해하고, 학교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행위”이므로 이를 제한하기 위해 학교 급식 부문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상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자는 것이다.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파업 중에도 필수유지업무 인원을 유지‧운영하여야할 뿐만 아니라 파업참가자의 절반만큼 외부 대체인력 투입이 가능해지므로 단체행동권의 실효성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우리는 먼저 대전시교육청이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 행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단히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조리흄에 따른 폐암 산재와 근골격계 질환 악화에 맞서 노동안전을 위협하는 기구 사용 및 조리방식을 변경하고, 100명이 넘는 조리원 1인당 식수 인원을 하향하며, 배치기준 변경을 통해 노동강도를 완화하자는 급식 노동자들의 요구는 지극히 정당한 요구이다. 금번 쟁의행위는 시급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헌법상 단체행동권 행사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의 건강권과 학습권을 위하여 급식 업무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노동환경을 구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공공부문에서 노동조합과 그들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공익(public interest)”이며, 학교 노동자들의 기본권과 학생들의 권리는 궁극적으로 서로에게 기여할 수 있는 조화로운 보장의 대상이지, 서로 충돌하는 관계가 아니다. 헌법상 보장된 노동기본권 행사를 마치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자 “공익의 방해물”인 것처럼 간주하고, 그러한 노동기본권 행사를 억제함으로써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대전시교육청의 입장은 그 자체로 위헌적이다.

 

대전시교육청의 법 개정 시도는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와 적극적 인권의무에도 반한다. 교육청은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사용자인 동시에 모범적 사용자여야할 국가교육기관으로서 헌법 제10조에 따라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국제노동기준에 따른 인권을 존중, 보호, 실현하여야할 적극적 의무를 지는 지위에 있다. 국가의 입법작용은 기본권 및 인권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하고, 특히 노동관계법령을 입법할 때에는 노동3권의 헌법적 의미와 직접적 규범력을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판결). 또한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제법 존중주의는 국가질서 형성의 기본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원리로 인정되고 있으며, 입법부와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 등 모든 국가기구는 국제적 협력의 정신을 존중하여 될 수 있는 한 국제법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 요청된다(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의 제2다수보충의견).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은 국제노동기구의 제87호 협약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보장되는 결사의 자유에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권리로서, 한국 정부는 노동자들이 이러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필요하고 적절한 모든 조치를 함으로써 국제노동기준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국제노동기구는 한국 정부에 대하여 일관되게 현행 노조법상 필수공익사업 범위와 대체근로, 필수유지업무 제도가 과도하여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2023년 1865호 사건 심의에서 한국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제도적 문제점으로 ‘지나치게 광범위한 범위의 필수공익사업 규정’과 ‘필수공익사업에서의 파업 시 대체근로의 허용’을 꼽은 바 있다(결사의 자유 위원회, 2023년 404차 보고서, 제1865호, para. 75). 2023년 및 2025년 전문가위원회 역시 제87호 협약에 관한 대한민국 정례 보고서를 검토한 후, 한국의 필수유지업무 제도가 엄격한 필수서비스가 아닌 영역까지 포괄하면서 높은 수준의 유지・운영 요구로 파업 효과를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있고, 이에 더하여 사용자가 파업 참가자의 절반을 대체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파업의 영향을 한층 더 제한한다는 것을 주목하면서, 필수공익사업에서의 파업권 제한에 관한 법령 개정을 권고하였다(전문가위원회, Direct Request, 2023).

 

우리의 상황에서는 파업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권리보호의 수준을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정부는 이러한 방향으로 노조법 개정을 실현할 책무가 있다. 그럼에도 국가기관인 교육청이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여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한 제도를 앞장서서 설계하고, 필수공익사업의 범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것은 위헌적일 뿐 아니라 결사의 자유 협약에도 반하는 것이다. 대전시교육청은 지금이라도 그러한 시도를 중단하고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헌법상 단체행동권 행사를 보장하라.

 

 

2025. 4. 29.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노동자권리연구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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