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새로운 대통령의 소임은 ‘개혁’을 추진하고 이를 철저하게 완수해 나가는 데 있다.
어제(6. 3.)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12.3 내란사태로 인해 위협 받은 민주공화정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의지가 투표로 표출되었다. 시민들은 작년 비상계엄 선포 당시부터 최근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사건들을 직접 경험했고 이에 대한 분노와 개혁 의지를 ‘표심’으로 보여주었다.
대통령의 내란행위부터 대통령 경호처의 특수공무집행방해, 극우세력의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법원과 검찰에 의한 내란 우두머리 석방, 대통령 권한대행들의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미임명 행위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 행위, 대법원의 매우 이례적인 파기환송 판결, 내란행위 동조와 극우세력 옹호로 일관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 소동, 늘봄사업을 활용한 리박스쿨의 ‘댓글공작‘까지 지난 6개월 동안 반헌법적·반역사적·반정치적 사건들이 계속되었다.
이제 국민주권주의의 현실적 발현인 선거를 통해 새로운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엄중한 과정을 겪으며 선출된 새로운 대통령이기에 그만큼 더 막중한 역사적 책임과 국가적 과제가 부여되어 있다.
첫째, 완전한 내란종식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주권자의 위임을 받은 고위공직자들과 주요 권력기관이 반헌법 행위를 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원인과 배경을 파악하고 책임 소재를 가린 후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아직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외환 관련 의혹까지 포괄하는 특검을 도입하고, 내란종식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등을 구성하여 더욱 폭넓은 진상규명과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이번 과정을 통해 개혁 요구가 모아진 정치·언론·검찰·사법 영역에 대한 진지하고 섬세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정치적 다양성과 투표 가치의 비례성을 보장하는 선거제도, 안정적 다수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결선투표제,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등 여러 정책 과제들과 로드맵이 설계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박근혜 탄핵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 시절의 한계를 철저히 돌아보고, 다시는 개혁의 실패로 인해 시민들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혐오와 배제의 논리로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근본적인 왜곡의 뿌리들을 거둬내야 한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극우세력의 토양이 되었고, 대결과 배제의 이념은 내란세력의 논거로 작용하였다. 더 이상 혐오와 배제의 논리가 통용될 수 없도록, 내란세력을 몰아낸 광장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한편으로는 성평등 실현과 차별금지법 제정이, 다른 한편으로는 한반도 평화 구축과 국가보안법 폐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존재가 동등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평등과 평화의 가치에 기반한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
12.3 내란사태의 충격과 국정 공백은 우리 사회 경제•민생•노동•평화 등 거의 모든 분야를 극심한 위기에 빠뜨렸다. 경제적 양극화 완화, 민생 회복을 위한 해결책 마련 역시 더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
이 과제들에 우선순위를 둘 수는 없다. 동시에,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야 하는 시대적 과제임이 자명하다. 이 영역 모두의 밑바닥에는 낡고 오래된 기득권 세력이 자리하고 있고, 개혁에 대한 이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헌법 이념을 중심으로 한 ‘공통의 가치’를 튼튼하게 형성해가야 한다. 분열과 갈등은 개혁 추진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과 봄, 주권자 시민들은 여의도와 한남동, 안국동 헌법재판소, 그리고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며 내란세력을 막아냈다. 다양한 빛으로 모아졌던 광장의 목소리가 새 정부의 구체적인 개혁과제 실현으로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퇴행의 역사는 반복될 수도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민주주의를 회복해가는 출발점일뿐이다. 새 정부는 위기 극복과 국가 정상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을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모임은 새 정부가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나가고 개혁과제 실행에 소홀함이 없도록 앞으로도 철저한 감시자로서의 소임을 다할 것이다.
2025년 6월 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윤복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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