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수업의 제3자 녹음과 증거능력의 문제 / 김희진 회원

2025-07-01 70

수업의 제3자 녹음과 증거능력의 문제

– 김희진 회원(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이 글은 2025년 6월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소수자인권위원회 합동 월례회 주제로 다루었던 ‘수업의 제3자 녹음과 증거능력의 문제’를 주제로 한다. 월례회에서 발제한 최근의 판결 동향과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짚어보았다. 월례회와 기고문을 바탕으로, 아동과 장애인 등 더 취약한 이들에게도 안전한 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가 논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24년 1월 11일, 초등 담임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0도1538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날 대법원은 교사가 교실에서 수업시간 중 한 발언은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것이고, 초등학교 교실은 출입이 통제되는 공간이므로, 대화자 내지 청취자가 다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공개된 대화’로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대화 내용이 공적인 성격을 갖는지 여부나 발언자가 공적 인물인지 여부 등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다. 피해아동의 연령과 피해아동의 부모가 피해아동의 친권자∙법정대리인이라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부모는 피해아동과 별개의 인격체인 이상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으므로, 피해아동의 부모가 교사의 수업시간 발언을 녹음하여 증거로 제출한 녹음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며, 따라서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는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한다는 것이 그 결론이다. 학교 현장에 있지 않은 부모가 녹음한 수업 내용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첫 판결이었다.

해당 판결이 있은 직후인 2024년 2월 1일에는 초등 특수교사 장애아동 학대 사건의 1심 판결(수원지방법원 2024. 2. 1. 선고 2022고단7025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수원지방법원도 특수학급의 수업은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라고 보기는 하였다. 다만,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동법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와 제4조(동법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가 동일하게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라는 표현을 두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의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검토하여야 하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존부’는 제4조에 따른 증거능력 배제가 적용될 수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해석했다는 차이가 있다. 즉,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행위에 위법성조각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면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제3조의 위반을 전제로 하는 동법 제4조를 적용하여 증거능력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법원은 장애아동의 부모가 수업을 녹음한 파일을 유죄의 증거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2025년 2월, 2024년 1월의 대법원 판단에 따른 파기환송심(초등 담임교사 아동학대 사건)에서 다시금 수업의 제3자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해당 법원은 (1) 사생활 및 통신의 불가침을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선언하고 있는 헌법규정과, 통신 및 대화의 비밀 보호, 통신 및 대화의 자유 신장을 목적으로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에 비추어, 부모가 피고인의 아동학대 행위 방지를 위하여 녹음에 이르게 되었고 피해아동의 보호를 위해서 녹음 외에 별다른 유효적절한 수단이 없었으며 아동학대 범죄는 사회적 해악이 중대하다는 사정들을 이유로 녹음파일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고, (2) “통신비밀보호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한 감청은 아니지만 위법성조각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면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보는 것은 형사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확장해석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며, (3) 피고인의 공소사실 인정 취지의 진술은 녹음파일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절차 위반행위와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판시하였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5. 2. 12. 선고 2024노115 판결).

이후로는 사실상 일관된 판결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초등 특수교사 장애아동 학대 사건의 1심 판결이 수업의 제3자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던 것과 달리, 동 사건의 2심 재판부도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25. 5. 13. 선고 2024노1400 판결). 여기서도 수업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라는 전제를 유지하면서, 법원은 피해아동과 아동의 어머니가 엄연히 별개의 인격체인 이상 피해아동에게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더라도 녹음에 대한 피해아동의 승낙이 추정된다거나 어머니의 녹음을 피해아동의 녹음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한 행위가 범죄로 성립되어 처벌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인정 여부가 문제될 것이나,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의 적용에 있어 정당행위는 고려할 규정이 아니라고도 하였다. 피고인인 특수교사는 자신이 했던 발언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이 사건 녹음파일이 있으니 그 내용을 부인하기가 어려워 발언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을 것으로서,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을 인정할 사정도 없어 역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따라서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초등 담임교사 아동학대 사건의 2025년 6월 재상고심에도 이러한 법리는 그대로 유지되었다(대법원 2025. 6. 5. 선고 2025도4144 판결).

그런데 수업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로서 이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가?

먼저 1994년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그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통신비밀의 보호와 통신의 자유 신장을 목적으로 도입된 법이다. 당시의 논의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를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자유가 구현되는 자유로운 민주사회로 진전”시키려는 것이 입법 취지였다. 그에 따른 주요 내용은 전기통신의 감청과 우편물의 검열 등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으로, 국가권력의 통제에 초점을 두었다. 법률이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지득 또는 채록된 내용을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도 국가기관이 국민의 사생활과 통신의 비밀을 침해할 가능성을 방지하려는 것에 목적을 둔 것이다. 제14조가 이례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타인의 대화비밀 침해금지 의무를 부과하지만, 범죄수사, 국가안보와 관련된 통신제한조치를 준용하도록 한 제14조 제2항을 보았을 때 단순히 사인 간의 관계에서 행해진 녹음 모두를 대상으로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통신비밀보호법은 기본적으로 공권력의 오남용 방지가 목적이지, 사적 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법이 아니다. 수업을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라 보더라도, 수업의 녹음파일에 곧바로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를 적용해 위법수집증거로 배척하는 것이 적절한 법령의 적용인지 의문이다.

또한, 수업이 통신비밀보호법이 보호하는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하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인권의 3세대 접근법에서 자유권으로 분류되는 프라이버시권은 국가가 사생활영역을 들여다보는 것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는 기본권이며, 사생활의 자유는 국가가 사생활의 자유로운 형성을 방해하거나 금지하는 것에 대한 보호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보호하는 것은 개인의 내밀한 내용의 비밀을 유지할 권리, 개인이 자신의 사생활의 불가침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 개인의 양심영역이나 성적 영역과 같은 내밀한 영역에 대한 보호, 인격적인 감정세계의 존중의 권리와 정신적인 내면생활이 침해받지 아니할 권리 등이다(헌법재판소 2008. 4. 24. 선고 2006헌마402,531(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그런데 교사의 수업은 공교육기관에서 직무상 이루어지는 행위이다. 교육공무원의 직무는 헌법상 보장된 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의무이고, 교사의 수업권은 노동권의 맥락에서 법률에 근거하여 보호된다. 녹음의 상황에서 교사의 인격권, 음성권, 혹은 지적재산권의 침해나 직무상 권한 침해가 문제될 수는 있어도, 불가침의 내밀한 사생활 보호가 필요한 경우는 아닌 것이다. 수업의 녹음으로 침해될 수 있는 보호법익이 교사의 사생활 비밀은 아니므로, 통신비밀보호법의 적용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되었던 때와 달리 전기통신기술이 급속하게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사인 간의 관계에서 침해될 수 있는 사생활과 통신의 비밀 보호를 위한 규정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입법이나 법 개정으로 논의하여야 할 사항이다. 비밀침해, 혹은 권력과 위계에 따른 타인의 사생활 침해를 형사적 수준에서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 살펴, 헌법과 통신비밀보호법령의 체계적 조화와 정합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근거로 예외 없이 사인 간의 녹음을 규제한다면, 되려 장애아동이나 경계선 지능, 저연령 아동 등 자기방어에 미약한 아동의 보호를 외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제3자의 개입 필요와 가능성을 부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설령 수업을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로 보아 통신비밀보호법을 적용하더라도, 아동보호의 목적에 입각한 적극적 해석이 생략되어서는 안 된다. 먼저 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부모가 자녀 보호의 목적으로 수업을 녹음하게 되었다면, 이는 아동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라, 독립적 인격체인 아동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안이다. 부모는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일차적 의무가 있고, 국가는 부모가 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데, 교육과 훈육을 명목으로 아동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정당화되는 경향이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 여건을 보았을 때 교원의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도 당사자 등 학교 관계자와 소통하기는 쉽지 않고, 최후의 수단으로 녹음이 필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동과 부모가 별개의 인격체라는 이유로 녹음에 대한 아동의 추정적 동의 의사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동권리에 기반한 관점이 아니다.

또한, 수업의 제3자 녹음의 증거능력에 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몇몇 하급심 판결들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도 피해자들의 취약한 방어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자원의 제약 등 녹음의 불가피성, 범행이 이루어진 상황의 특성 등을 고려해 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적 요구에 비해 피고인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내지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바 있다. 특히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업무를 수행 중인 상황, 아이 돌보미가 영유아를 돌보는 업무를 수행 중인 상황 등 이러한 공간이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온전히 보장될 것이라 기대되는 사적 영역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는 법리는 수업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가정 내 아동학대 못지 않게 소규모로 진행되는 특수학급에서는 장애아동 학대가 은밀하게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대화의 당사자 아닌 제3자가 녹음한 것이 피해자의 추정적 의사에 부합하는 것이면서, 공교육 체계에서 이루어지는 학교 수업의 목적과 특성, 학교환경의 특수성, 장애아동 등 취약한 아동 보호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적 요구가 이러한 녹음을 통해 침해될 수 있는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보다 크다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국가의 아동보호는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 명시된 책무로서, 법률을 해석할 때에는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 즉 합헌적인 해석을 택하여야 한다는 헌법의 일반법리 하에서 통신비밀보호법 등의 규정도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헌재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 법익형량의 가능성조차 생략된 현재의 법리는 아동의 보호라고도, 그렇다고 사생활로 격하된 수업을 직무상 행하는 교원에 대한 인격권 존중과 보호라고도 볼 수 없다.

가장 소외되고 취약한 이들의 인권 보호에 적합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기본적인 원칙이다. 그렇게 지켜진 안전한 교육환경은 아동의 인권은 물론, 아동과 함께 생활하는 교원의 인권 보장에도 부합한다. 사생활 보호의 장벽에 둘러싸인 교실의 안전을 교사 혼자서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가 부당하듯이 말이다. 단순히 수업을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로 보고 통신비밀보호법을 적용하는 관점을 극복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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