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입장문]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후퇴는 용납할 수 없다.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2025-07-25 66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입장문]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후퇴는 용납할 수 없다.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노조할 권리를 갖지 못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리고 손해배상을 당한 노동자들은 지난 20여년간 큰 어려움 속에 놓여있었다.김용균노동자는 왜 죽임을 당했는가. 너무 위험하게 일했기에 하청노동자들 스스로가 안전에 대한 개선방안을 내놓았지만 원청인 서부발전은 자신이 교섭 상대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논의조차 거부했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의 안전과 인권은 왜 무너졌는가. 건설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했지만 정부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단체협약을 ‘공갈협박’으로 몰아가고, 공정거래법으로 처벌했기 때문이다.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싸웠다는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에 시달리던 이들이 스무명에 넘게 죽게 되거나 죽음을 택하는 것을 보면서 살아남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고통은 또 얼마나 컸던가.

 

20여년을 노조할 권리를 요구하며 싸웠지만 2022년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노조법 개정이 논의되었다. 파업도 하고 단식도 하고 추운겨울과 더운여름 농성장을 지키고 선전전을 했던 이들의 힘으로 두번이나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 안은 노동자들의 고통을 제대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했지만, 한발짝이라도 나아가기 위해 윤석열의 거부권을 막고자 거리에서 또다시 싸웠다. 그러나 거부권을 막지는 못했다. 이제 윤석열이 탄핵되었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국회에서는 다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논의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손배로 고통을 당했던 노동자들은 이번에야말로 노조법 2.3조가 제대로 개정되어야 한다는 마음을 담아 노조법 2조의 노동자 정의조항 개정과, 사내하청에 대한 원청 사용자 책임의 명시, 개인손배 금지 등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는 노동자의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7월 21일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를 앞두고 노동부가 노조법 2.3조개정안을 후퇴시키는 안을 국회로 가지고 왔다. 법안소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가 논의되어 법안이 진전되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오히려 노동부 안 후퇴를 저지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윤석열정부 시기 노동부는 경총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와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반대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었다. 그 노동부가 아직도 정신못차리고 당사자와 논의한번없이 후퇴안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다고 하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을 설득하고 회유하고, 일부 의원들은 이에 동조하고 있다. 노조법 2.3조의 고용노동부 수정안은 명백한 후퇴이다.

 

우선 노조법 2조의 원청사업주 사용자 책임 조항과 노동쟁의 정의조항의 시행을 1년간 유예하고 고용노동부가 단체교섭의 대상, 방법, 절차 등을 시행일까지 강구하도록 하고 있다. 단체교섭의 대상은 노사자율로 결정할 일이다. 이것을 행정부가 규제하는 순간 단체교섭의 대상은 축소될 수밖에 없고 방법과 절차를 들어 교섭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 노동쟁의의 포함 대상도 ‘노동쟁의’ 정의조항의 개정 취지와 다르게 좁혀질 수 있다. 노사간 이견이 있고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이유로 시행시기를 연기하다가 결국 교섭창구단일화라는 개악으로 귀결된 복수노조의 사례를 떠올려보면, 시행 유예의 결말을 쉽게 알 수 있다.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3조에도 후퇴한 내용이 담겨있다.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항하여 노조가 파업을 했을 때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한 조항을 개악한 것이다. 최근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현대제철이나 현대자동차 노동자들 모두 기업의 불법파견에 항의하며 투쟁하다 손해배상을 당했다. 기업이 불법을 저지르고, 노조가 문제해결을 위해 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가 아니라면서 거부하고, 노조가 쟁의행위에 들어가면 수십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만든 조항을 수정안에서 후퇴시킨 것이다. 사용자의 불법행위가 원인이 된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고려’하라니.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후퇴인가.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회사가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파업에 참여한 이들 모두가 공동으로 그 손해를 부담하도록 만들었다. 회사는 손해배상 철회를 조건으로 노조탈퇴를 회유하기도 했다. 손해배상은 공동의 책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노조를 탈퇴하면 남은 노동자들이 모든 손해배상액을 감당해야 했다. 2024년에 통과된 노조법 3조에서는 손해배상에서 개인의 귀책사유등에 따라 책임’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즉 이 노동자가 얼마나 책임이 있는지를 사측이 입증하도록 해서 무차별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개인의 책임 이상으로 손배를 감당하지 않도록 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의 수정안은 손배에 대한 공동책임을 일단 인정하기 때문에 사측에 엄격한 입증 책임을 묻지 못한다. 그렇게 공동책임을 인정한 후에 손해액을 책임의 ‘비율’에 따라 산정하게 하는 것이다. 무차별 손배 청구를 막겠다는 노조법 3조 개정의 취지가 훼손되는 것이다.

 

법 조항 하나하나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논의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정부와 민주당의 일방적인 논의였다는 점이다. 윤석열 퇴진 투쟁 광장에서 수많은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자신의 현실을 이야기했고 노조할 권리가 중요하다고 외쳤다. 고용형태가 날로 복잡해지고 사용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권리 밖에 놓이는 노동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헌법에 보장된 노조할 권리를 위해 국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 그러려면 노조법 2.3조 개정을 외쳐왔던 노동자들과 논의하여 진전된 안을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2024년에 통과된 법안이 당론이라면서 더 나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의 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민주당과 고용노동부가, 노동자들의 의견은 한 번도 듣지 않은 채 후퇴안을 느닷없이 들고나왔다. 누가 이것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는 노조법 개정안의 후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단지 개정안의 후퇴를 막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한 그 법안의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이다. 광장에서 윤석열퇴진을 외치면서도, 노조할 권리가 없어서 개별로 분투하는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다던 그 많은 목소리에 제대로 응답하기 위해서이다. “노동자 정의조항을 개정하여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의 노조할 권리 보장하라”. 원청과 교섭하기 위해 그 좁은 철탑위에서 97일이나 농성해야 했던 거제통영고성사내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의 목소리에 화답하기 위해서이다. “사내하청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명시하라”.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를 했다는 이유로 지연이자까지 해서 35억원의 손해배상을 짊어지게 된 4명의 연대활동가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요구한다. “개인손배 금지하라”.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더 나아가야 한다.

 

 

2025. 7. 25.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첨부파일

2025072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