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논평]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아쉽지만 의미있는 진전이다.

2025-07-29 120

[논평]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아쉽지만 의미있는 진전이다.

 

노동자들의 20여 년간 이어진 투쟁이 마침내 결실을 맺어,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였다. 이번 개정안 통과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경영계의 후퇴 시도에 맞서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투쟁한 결과이다. 국민의힘은 일관되게 노조법 2·3조 개정을 반대하였고, 고용노동부는 2024년 22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개정안마저 후퇴시키려 시도하였다. 이에 노동계가 긴급 투쟁에 돌입하고 민주노총 위원장이 농성에 들어가는 등 강력히 항의한 결과, 후퇴하려던 내용들을 되돌렸을 뿐 아니라 일부 법안을 진전시켰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용자의 정의(노조법 제2조 제2호)는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환노위 대안 수준을 유지하였다. 즉,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조항이 유지된 것이다.

 

노동쟁의의 정의(노조법 제2조 제5호)는 구체화되어,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대한 노사 입장 차를 이유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한 분쟁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었다.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등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에 대한 주장의 불일치’가 노동쟁의에 포함된 것은 진일보한 점이다. 지난해 통과된 개정안에서 권리분쟁까지 노동쟁의의 대상으로 포함한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번 개정안 역시 노동쟁의의 대상을 일부 확대·구체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손해배상 청구 및 배상 책임 제한(노조법 제3조 및 제3조의2)에 있어서도 일부 진전이 있었다.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조 또는 노동자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항과,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조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부득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노조 또는 노동자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조항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부진정연대책임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지만,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근로자에게 인정하는 경우 손해배상 의무자인 근로자에 대해 책임비율을 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담기게 되었다. 이때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등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관여의 정도’, ‘손해의 원인과 성격’,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 청구금액’, 그리고 ‘그 밖에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항’ 등을 고려하여 책임비율을 달리 정하도록 했다. 또한, ‘배상의무자인 노조와 노동자는 법원에 배상액의 감면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되었으며, 이때 ‘배상의무자의 경제 상태, 부양의무 등 가족관계, 최저생계비 보장 및 존립 유지 등’을 고려하여 감면 여부 및 정도를 판단해야 한다.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 기계적으로 적용되던 부진정연대책임의 법리는 결국 수십, 수백억 원의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청구를 가능하게 하였다. 이번 개정안은 노동자에게 감당할 수 없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다.

 

사용자는 노조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운영을 방해할 목적 또는 조합원의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추가되었고,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조 활동으로 인한 노조 또는 노동자의 손해배상 등 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특히 손해배상 책임면제 조항은 법 시행 전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되도록 하여 의미를 더했다. 이러한 내용들은 정부가 후퇴시키려던 이른바 ‘고용노동부 수정안’을 막고,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일부 법안을 진전시킨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환노위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이 법안은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였다.

 

첫째, 플랫폼, 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위한 ‘노동자 추정조항’이 결국 담기지 못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규정(제2조 제1호)을 추가하여, 복잡한 법적 다툼 없이도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요구해왔다. 법에서 근로자성을 추정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낯선 개념이 아니며, EU 지침과 미국의 여러 주의 법, 그리고 한국의 공정거래법과 상법에서도 다수의 추정 규정을 두고 이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음에도 이번 개정안에는 추정 조항이 포함되지 못하였다. 플랫폼, 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열정적인 투쟁과 헌신으로 인해 개정안의 진전이 이루어졌으나, 이들의 염원이 담긴 노동자 추정 조항이 포함되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이다.

 

둘째, 사내하청의 원청을 사용자로 명시하는 조항도 담기지 못하였다. 운동본부는 ‘사내하도급 원사업주’ 개념을 노조법 제2조 제2호에 추가하여 간접고용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환노위 통과안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보기는 하였으나, 사내하도급 원사업주를 명시적으로 간주하는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셋째, 쟁의행위 시 ‘개인 손해배상 청구 금지’ 요구도 반영되지 않았다. 운동본부는 노조법 제3조 제3항에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노동조합 이외에 근로자 개인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항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환노위 통과안은 부진정연대책임을 유지하면서 개인의 책임비율을 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책임비율의 제한을 통해 다소 금액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기업의 손해배상액은 노동자의 삶을 파괴할 위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파업에 연대한 활동가들에게 해당 법리가 적용되었지만, 인당 20억 원 이상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는 기업의 ‘손배 폭탄’을 근본적으로 막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한계이다.

 

이번에 환노위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중대한 역사적 진전을 이루었으나,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책무를 완수하기에는 부족하다. 우리 위원회는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수많은 노동자들을 법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직시한다. 우리는 이번 개정안이 노동현장에서 왜곡 없이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이번 개정안이 담아내지 못한 핵심 요구들을 관철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이 모든 국민에게 차별 없이 실현되는 그날까지,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의 존엄이 온전히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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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신하나

첨부파일

20250729_민변노동위_논평_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아쉽지만 의미있는 진전이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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